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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린 저주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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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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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는 동생이 ChatGPT에 "What is my curse?"라는 질문을 던지고, 받은 답변을 캡처해서 단톡방에 올렸다. 그 대화 내용이 동생과 꽤 잘 맞아떨어져 보였다.

나는 평소 개발 트렌드와 관련해서 Threads에서 주로 소통하곤 하는데, 오늘 비슷한 질문을 남긴 글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What is my curse?

과몰입 탐색 루프에 갇힌 완벽주의형 최적화 집착

ChatGPT가 내린 진단이다. 처음엔 다소 거창하게 느껴졌지만, 근거를 듣다 보니 부정할 수 없었다.

1. 항상 선택 전에 비교부터 시작함

"어떤 키보드 축이 제일 좋을까?", "터미널은 어떤 걸 써야 할까?", "AI 브라우저 중에 뭐가 최선일까?"

모든 의사 결정에서 '최적 조합'을 찾으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단순히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베스트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2. 실제 문제보다 '베스트 설정'에 에너지 과투입

"이때 어떤 패턴이 궁극적으로 맞는지?", "이게 제일 좋은 구조인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최적화 욕구가 실행을 앞서간다.

3. 직업적 성향이 이 curse를 강화함

개발자로서 최신 스택, 정교한 UI/UX 방식, 완벽한 설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성향이 일상적인 선택에까지 확장되면서, 저주는 더욱 견고해진다.

4. 툴과 환경 셋업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

이건 단순히 "몰라서"가 아니다. "제일 좋은 방식이 뭔지 확신이 없어서" 끊임없이 탐색하는 패턴이다.

이것이 저주인가?

분명 이런 성향은 강점이 될 수 있다. 높은 기준, 디테일에 대한 집착, 최적화를 추구하는 마인드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것이 저주가 되는 순간이 있다:

  • 결정 속도 감소: 선택지를 끝없이 비교하다가 정작 결정은 미뤄진다
  • 시작 지연: '완벽한 준비'를 위해 실행이 늦어진다
  • 스트레스 증가: 최선을 찾지 못하면 불안함을 느낀다

Chat GPT가 나에게 해준 말

너는 기준이 높고, 구조와 최적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빠르게 실행하는 대신 최고의 방법을 먼저 찾고 싶어하는 타입이야. 이건 재능이지만 동시에 너를 잡아먹는 패턴이 될 수 있어.

ChatGPT의 이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 패턴을 완전히 버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언제 멈춰야 할지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저주를 깨기 위한 몇 가지 실천 방법을 정리해봤다.

1. 기준 프리셋을 만들어라

내가 선택할 때 늘 보는 기준을 미리 정의해두면 루프가 시작되지 않는다. 감정적인 "더 좋은 게 있나?" 루프가 거의 사라진다.

2. 최적화는 두 번째 릴리즈에서

이건 2차에 한다. 이 문장 하나가 미친 효과를 낸다. 일단 굴러가게 만들고, 개선은 나중에.

3. 항상 작은 MVP 목표를 먼저 고정해라

"막상 굴러가는 가장 작은 기능"에 먼저 스토리포인트를 부여하라. 완벽한 설계보다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이 먼저다.

4.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 바꾸기

잘못된 질문들 (저주를 유지하는 질문):

  • "뭐가 제일 좋지?"
  • "가장 최적은 뭐지?"
  • "이게 완벽한 구조인가?"

올바른 질문들 (저주를 깨는 질문):

  • "지금 당장 굴러가는 데 문제 없는가?"
  • "이 선택이 3개월 뒤에 나를 괴롭힐까?"
  • "이건 2차 릴리즈로 밀어도 되나?"

질문을 바꾸면 사고방식이 바뀌고, 사고방식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실전 운영법: 3-2-1 작업 구조

저주를 깨기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적화를 추구하는 성향을 완전히 버릴 순 없으니, 그 에너지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3 = 사전 의사결정

하루 시작할 때 딱 3개만 정한다:

  1. 핵심 기능 1개: 오늘 반드시 끝낼 메인 작업
  2. 부가 작업 1개: 부수적으로 처리할 작업
  3. 유지·리팩터 1개: 기술 부채나 개선 작업

이 3개를 먼저 정하면 탐색 루프가 시작되기 전에 작업 방향이 고정된다.

2 = 2시간 집중 블록

Deep focus가 길게 유지되는 타입에게 2시간 블록이 최적이다.

  • 2시간 집중 → 몰입해서 작업
  • 10~15분 정리·메모 → 진행 상황 정리
  • 다음 블록 이어서 실행 → 연속성 유지

1 = 1문장 기준

모든 작업은 시작 전에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

예시:

  • "로그인 API를 연결해 버튼 누르면 토큰까지 받고 저장되게 한다."
  • "대시보드 첫 렌더 속도 2초 이내로 유지."
  • "Redux mock API 연결해서 초기 데이터 로딩만 성공시키기."

이 1문장 덕분에 완벽주의 루프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 번 정하면 그 범위를 바꾸지 않는다.

마무리

ChatGPT와의 대화는 단순한 진단을 넘어,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분명 강점이지만, 그것이 실행을 가로막는 저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적화를 향한 열정은 유지하되, 그 에너지를 '탐색'이 아닌 실행으로 돌려야 한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게 최선의 구조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그 질문을 멈추고, 일단 완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이 여기 있다.

완벽을 추구하되, 완벽에 갇히지는 말자.

이 저주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이긴 것이다.